나는 어떠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으며, 특정 정치 성향이나 이념적 색채를 드러내고자 하지 않는다.
이 글은 특정 정파나 정치인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단지 표심을 의식해 현실 가능성과 헌법적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을 남발하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짚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한국은 지금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은 후보 간의 유불리를 따지는 전략과 메시지를 쏟아내며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는 바로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이다. 어떤 후보는 용산에서 청와대로 복귀하겠다고 하고, 또 다른 후보는 세종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를 완성하겠다고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변화와 개혁의 메시지로 들린다. 그러나 이 공약, 특히 ‘세종시 집무실 이전’이라는 말은 과연 현실적인 실행 계획을 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 주장 속에 숨겨진 헌법적 문제와 정치적 진정성의 결여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청와대와 세종시 사이, 반복되는 공간 이동의 공약
청와대는 오랫동안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청와대 광화문 이전’을 추진하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실현되지 못했다.
이제 용산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혹은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후보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특히 세종시로의 이전을 주장하는 경우는 보다 복잡한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 ‘수도 이전’은 개헌이 필요하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수도 기능을 세종시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이라 판단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조항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역사적으로 형성된 ‘관습헌법’**의 하나라는 것이었다.
즉,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 개정이라는 국민 동의 절차가 선행돼야 하며, 단순한 입법이나 행정적 결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금 세종시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공약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개헌 없는 공약, 진정한 이전인가?
이번 조기 대선에서 세종시 집무실 이전을 주장하는 후보들 중, 실제로 개헌을 언급하며 그 절차와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이는 없다. 대부분은 ‘추진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에 그친다. 이는 정책적 비전이라기보다는 선거 전략, 혹은 ‘말만 공약’에 가깝다.
만약 후보들이 진심으로 행정수도의 기능 강화와 집무실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들은 아래의 조건을 선행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 헌재 판결에 대한 존중과 개헌 필요성의 인정
- 국민투표 등 동의 절차를 포함한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
- 청와대·용산·세종시 공간별 기능 재배치에 대한 청사진
이런 요소 없이 단지 ‘이전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상징적 언어일 뿐이다.
마무리하며 – 공간 이전보다 우선해야 할 것
대통령 집무실은 단지 건물이나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운용 방식과 통치 철학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세종시 이전론은 단지 거리의 이동이 아닌, 헌법과 국민 동의, 시스템 개혁의 문제다.
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말은, 실행 의지가 담긴 공약이 아니라 그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음 대통령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국민과 권력을 연결할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국제 · 정치 · 사회 > 국내 정치와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 참여, 그 올바른 자세에 대하여 - 지지한다면, 분명한 이유로 (50) | 2025.05.28 |
---|---|
선택하지 않을 자유 – 투표 거부는 정치적 무관심이다? (50) | 2025.05.15 |
정의의 세대, 불신의 세대 –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바라보는 다른 눈들 (18) | 2025.05.02 |
"공황장애는 나약함이 아니다 – 현대인이 가장 많이 외면하는 병의 실체” (10) | 2025.04.18 |
기독교는 교회만의 것이 아니다 – 한국인의 오해, 분열된 한국 사회의 종교의 역할 (9) | 202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