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s are weapons. Thoughts are shields.

“질문은 무기가 되고, 생각은 방패가 된다.”

전쟁과음식 8

전쟁과 음식 ep.9 – 마가린, 전쟁이 만든 대체의 맛

누군가는 마가린을 가짜라 했고,누군가는 그것 덕분에 하루를 더 살았다.전장의 참호 속, 빵에 발라진 하얀 지방은살아 있다는 감각 그 자체였다.1. 진짜처럼 보이되, 진짜여선 안 되는 것오늘날 마가린은 흔히 식물성 지방으로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다.하지만 그 시작은 전혀 달랐다.프랑스 제2제정기, 황제 나폴레옹 3세는 말했다.“군인과 가난한 자를 위한 버터를 만들어라.”그 결과물이 우지(소기름)와 우유로 만든 하얀 지방이었다.이름은 마가린.빛은 진주 같았고, 맛은 기름 같았다.Margarine – 그리스어 margarites(진주)에서 비롯된 이름처럼하얗고 반들반들했지만, 그것은 ‘진짜’는 아니었다. 병원, 군대, 구빈소에서 조심스레 쓰였고,민간은 그것을 ‘가짜’라 부르며 외면했다.하지만, 전쟁은 ‘진짜냐..

전쟁과 음식 ep.8 맥도날드의 소련 진출 – 햄버거가 철의 장막을 뚫다

1990년, 냉전의 한 순간 맥도날드는 모스크바 한복판에 첫 매장을 열었다. 전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패스트푸드 제국의 본진이 공산주의 소련의 심장부에 들어선 그 날은, 전쟁 없이도 세상을 바꾼 순간이었다.🛠 붕괴 직전의 제국, 그리고 의외의 진출자1980년대 말, 소련은 이미 균열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는 개혁과 개방을 의미했지만, 경제는 침체되었고 국민의 불만은 커져갔다.이 혼돈 속에서 미국의 대표 자본주의 기업이자 패스트푸드 제국의 상징, **맥도날드(McDonald's)**가 등장했다. 14년간의 협상과 준비 끝에, 맥도날드는 1990년 1월 31일 모스크바 푸쉬킨 광장에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언론은 이를 이렇게 묘사했다.“It’s a Big ..

전쟁과 음식 ep.6 건빵 – 단단한 생존, 질긴 기억

건빵은 단지 오래가는 과자가 아니다.수천 년을 이어온 전장의 생존 전략이며,입속에서 바스라지지 않는 기억의 파편이다.1. “썩지 않는 음식을 만든다는 것” – 전투식량의 숙명전쟁터에서 ‘맛’은 중요하지 않았다.음식이 상하지 않는 것, 오랫동안 보관되는 것,그리고 빠르게 이동하며 먹을 수 있는 것—이 세 가지가 전장 식사의 기준이었다.결국 병참의 지혜는 한 곳으로 모였다.바로 ‘수분 제거’.수분이 많은 음식은 쉽게 부패하고,세균의 번식지가 된다.그래서 인간은 굽고, 말리고, 건조하는 기술을 통해썩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냈다.이러한 기술이 응축된 대표적 산물,그것이 바로 **건빵(Hardtack)**이다.2. 고대 로마의 ‘비스쿠이툼’ – 건빵의 조상고대 로마 군단은‘비스쿠이툼(bis coctum)’이라는두 ..

전쟁과 음식 ep.5 – 전투식량, 깡통 하나가 만든 전장의 역사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총알이 아니라 ‘굶주림’이었다.보급이 끊기면 병사는 무기가 아니라 식량을 찾아야 했다.그리고 그 해답은 철통 같은 한 통의 ‘깡통’에서 시작되었다.🍞 굶주림은 병사보다 먼저 쓰러진다 – 고대부터의 고민전쟁은 무기만으로 승부가 나는 일이 아니다.병사들이 걷고, 싸우고, 버티기 위해선 **'식량 보급'**이 전제되어야 한다.하지만 음식이란 건 수분을 머금은 유기물이기에 쉽게 상하기 마련이다.기후가 다르면 곰팡이가 피고, 장마가 오면 썩기 시작한다.그 결과 보급이 끊긴 군대는 ‘독초’에 손을 대거나, 생쌀을 씹어 삼켰다.이런 고통 속에서, 인간은 먹거리를 보관하고 옮기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건조, 염장, 훈제, 발효… 고대 로마의 병사는 ‘부첼라툼’이라 불리는 딱딱한 건빵을 씹었..

전쟁과 음식 ep.4 - 전선의 위로, 커피 한 잔 남북전쟁 병사들의 가장 간절했던 기호식품

총성과 죽음 사이, 병사들을 버티게 한 건 커피였다.북군은 매일 아침 커피로 하루를 시작했고, 남군은 치커리로 고통을 견뎠다.그리고 어떤 날엔 적군과 함께 커피를 나누기도 했다.🌄 북군의 루틴 – 하루의 시작은 커피남북전쟁 당시 북군은 병사 1인당 하루 36g(약 1.25온스)의 원두커피를 배급했다.병사들은 직접 볶고, 찧고, 끓이며 하루를 시작했다.“전투보다 무서운 건, 아침에 커피가 없을 때다.”“Worse than a rebel bullet is waking up without coffee.”– 북군 병사 찰스 프랜시스 아담스(Charles F. Adams), 1862년 10월 일기 보급선이 끊긴 상황에서도 커피만은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때론 양철 컵에 원두를 으깬 뒤 흙탄 위에서 끓여 마시기도 ..

전쟁과 음식 ep.3 전장의 아이스크림 – 달콤한 무기는 총알보다 오래갔다

전선에서 병사들은 매일 죽음과 마주했지만,얼어붙은 그들의 마음을 녹인 건 총도 칼도 아닌,한 컵의 아이스크림이었다.🛳️ 1. 군함 위의 아이스크림 – 사치가 아닌 전략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은 순양함급 이상의 군함에 아이스크림 기계를 설치했다.심지어 1945년엔 하루 2,000갤런의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전용 수송선까지 건조된다.이유는 명확했다. 병사들의 스트레스는 탄환보다 무서운 침묵의 살상자였기 때문이다.미 해군 보고서는 말했다.“단 한 컵의 아이스크림이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전우애를 회복시킨다.” 단 것은 인간의 뇌에 도파민을 분출시켜 즉각적 안정을 유도하는 가장 원초적인 자극이었다.군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사탕이 아니라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 2. 잠수함 속 작은 기..

전쟁과 음식 ep.2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초콜릿 – 허쉬와 전장의 D-레이션 바

“군인은 초콜릿을 먹되, 즐기지 마라.”2차 세계대전, 미국 육군은 병사의 생존을 위한 ‘절대 맛있지 않은’ 초콜릿을 허쉬에 요청했고,그 결과는 역사상 가장 맛없는 초콜릿이었다.🪖 1. 배경 – 왜 ‘맛없는 초콜릿’이 필요했을까?1937년, 미국 육군은 전쟁 대비를 위한 새로운 비상식량을 개발 중이었다.이때 **육군 보급장교 폴 로긴 중령(Paul Logan)**은 허쉬사에 특이한 의뢰를 보낸다.“포켓에 들어갈 크기, 고온에도 녹지 않을 것, 고칼로리일 것.단, 너무 맛있어선 안 됩니다.” 이 조건의 핵심은 병사들이 한꺼번에 먹어치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즉, 위급 상황에서만 먹는 생존식량이 되어야 했고,열대 전선에서도 보존성이 유지되어야 했다.🍫 2. 허쉬의 응답 – ‘먹을 수는 있지만 즐길 수는..

전쟁과 음식 ep1. 스팸(SPAM) 누군가에겐 전쟁과 가난의 고통, 누군가에겐 살아남은 희망

스팸(SPAM) 누군가에겐 전쟁과 가난의 고통, 누군가에겐 살아남은 희망이되다.“스팸은 고기인가, 대체품인가?한 조각의 통조림은 왜 어떤 이에게는 생존이고,또 어떤 이에게는 명절 선물이 되는가?” 한국에서 스팸은 ‘맛있는 햄’이 아니다.그건 가난했던 시절의 고기였고,한 조각만 올려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던 희망이었다.그래서 설날이면 사람들은 스팸을 선물하고,누군가는 여전히 찬장 맨 위에 스팸 한 캔을 ‘비상용’으로 남겨둔다. 그러나 미국에서 스팸은,세계 경제 대공황 속에 태어난 가난의 시절 육류 대체 식량이었으며,전쟁과 함께하며 병사들이 기피하던 전투식량이었다.싸구려, 짜다, 맛없다…그들은 왜 우리가 스팸을 선물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그 차이를 만든 건 바로, 스팸이 도착한 시대와, 그 시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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