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시작하며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중립적인 시민으로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그 시대적 맥락과 세대별 감각의 차이를 조용히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 개헌과 개엄 사이 – 민주주의를 시험하는 언어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개헌·개엄 발언 논란은
한국 정치에서 헌법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다시금 보여주었습니다.
국가 위기 상황을 빌미로 삼아 개헌을 운운하고, 개엄까지 거론하는 일은
정당성과 지지를 떠나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는 정치적 입장을 떠나 모든 국민이 경계해야 할 언어이며,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경험한 세대뿐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세대 모두에게 불편한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2. 이재명 사법리스크 – 정의였던 경험, 불신이 된 현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반응은 세대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40~50대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 20~30대는 명확한 거리감을 보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정치 성향의 차이가 아니라,
각 세대가 ‘정의’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역사적 경험 | 민주화 운동, 군부독재 저항 | IMF 이후의 개인화된 사회, 경쟁 중심 |
수사 기관 이미지 | 투쟁과 정의 실현의 공간 | 범죄·비리와 연관된 부정적 공간 |
‘수사’에 대한 인식 | 권력의 탄압, 억울함의 상징 | 도덕성 상실, 혐오 정치인의 상징 |
이재명에 대한 해석 | 정치적 희생자, 저항하는 리더 | 반복되는 피의자 이미지, 신뢰 불가 |
‘정의’의 기억 | 집단적 연대와 저항 | 법과 제도, 사적 책임 중심 |
386세대, 즉 현재 40~50대는
수사기관에 출입하는 일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일환이던 시절을 살았습니다.
수사와 기소는 때때로 권력의 횡포를 견뎌내는 정의의 관문이었고,
억울함을 품고 싸우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저항이었습니다.
하지만 20~30대에게 수사기관은 전혀 다른 공간입니다.
음주운전, 폭행, 성범죄와 같은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며,
그곳에 불려가는 것은 곧 사회적 신뢰의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들에게 ‘수사받는 정치인’은
그 자체로 이미 비호감의 프레임 안에 위치하게 되는 셈입니다.
결국, 이재명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정치적 입장’보다는 세대가 축적해온 기억과 감각의 정치이며,
그 안에서 정의는 전혀 다른 얼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3. 민주당 – ‘탄핵’ 이후를 말하지 못한 전략의 빈틈
이재명 대표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민주당은 과연 정권 견제의 책임 정당으로서 충분한 전략을 갖고 있었을까요?
수년간 민주당은 ‘탄핵’이라는 강한 정치적 구호를 외쳐왔지만,
그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과 통치 전략은 부족했습니다.
이재명을 중심으로 한 정당 운영은
끊임없는 사법 리스크 속에 정치의 본령보다 방어와 전선 구축에만 집중하게 되었고,
당 전체가 사람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정치는 구호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국민은 이제 실행 가능한 정책, 조율 가능한 태도, 실용적 언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에 민주당은 충분히 응답하지 못한 채,
여전히 ‘과거의 정의’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4. 국민의힘 – 세대 통합 없는 보수, 미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의힘 역시 ‘세대를 잇는 보수’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습니다.
보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20~30대와의 접점을 만들 전략적 감각은 여전히 낡아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의 강경 검찰정치,
보수 본색을 강화한 정국 운영은
젊은 세대가 원하는 ‘사회적 유연성’이나 ‘미래 설계’를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보수는 단지 연령이 아니라
삶의 안정성과 선택의 자유를 지켜주는 체계여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여전히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닫힌 정치 공간”에 머무르고 있고,
청년과의 신뢰 형성에 있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 마무리하며 – 정의와 불신 사이,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
이 글은 특정 정당을 비판하거나 누군가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 현실을 세대와 기억, 언어의 맥락 속에서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정치는 누가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떤 세대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언어로 정치를 읽어왔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차이를 얼마나 인정하고 설명할 수 있는가.
그것이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기 위한 출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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