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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에세이

엔씨소프트의 2조원 선언, 변화는 시작되었는가

arrowmaster 2025. 5.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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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거시와 철학, 그리고 M&A로 향하는 길


엔씨소프트가 2026년까지 연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14일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홍원준 CFO는 이렇게 밝혔다:

"레거시 IP, 신규 IP, 그리고 M&A를 통해 2조원 매출을 실현하겠다."
"비용을 줄였고, 이제는 매출 회복에 집중할 시점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수치 제시를 넘어, 엔씨의 운영 철학과 전략에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 엔씨와 넥슨 — 너무도 달랐던 두 길

우리는 이미 과거,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유산을 경영하는 방식이 극명하게 달랐던 두 회사’**로 조명한 적이 있다.

  • 넥슨은 오래전부터 인수합병(M&A)을 통해 외부 개발력을 내부화하고,
    자사의 퍼블리싱 및 사업 검토 능력을 극대화하는 구조로 움직였다.
  • 반면 엔씨소프트는 자사 개발에 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자체 IP와 기술력을 기반으로 움직여온 ‘정공법’의 대표주자였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의 시장 환경에서 극명한 결과를 낳았다.
넥슨은 모바일에 유연하게 적응했지만,
엔씨는 PC 중심의 구조에서 오는 민첩성 부족으로 모바일 초기 시장에서 뒤처졌다.


🤝 넷마블과의 전략적 동맹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변수가 바로 **‘레거시 IP’**였다.
엔씨는 넷마블과 손잡고 '리니지2 레볼루션'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외부 개발/퍼블리싱 협업 모델을 시도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일부 돌파하기 시작했다.

이 협업은 당시 넷마블에게는 유력 IP 확보,
엔씨에게는 모바일 시장의 파트너십 진입이라는 측면에서 윈윈으로 평가되었다.


🏛 EA 인수설과 넥슨-엔씨의 지분 갈등

이보다 앞선 시점에, 업계에는 한때 넥슨이 글로벌 퍼블리셔 인수에 나선다는 루머가 돌았고,
그 대상 중 하나로 **EA(Electronic Arts)**가 거론되며 파장이 일었다.

비록 공식 인수전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넥슨은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한때 2대 주주로 올라섰고, 경영 참여 요구까지 나서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넥슨: “엔씨의 경영 구조에 문제가 있다.”
엔씨: “게임 하나 개발하지 못하는 넥슨이 우리 경영에 관여할 수는 없다.”

결국 엔씨는 넷마블에 자사주의 일부를 넘기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고,
이 사건은 두 철학의 충돌로 기억된다.
넥슨의 수평적 경영 + 자본 중심 전략 vs 엔씨의 기술 개발 중심 철학.


🧠 그리고 지금, 변화의 언어를 꺼낸 엔씨

이번 발표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엔씨가 처음으로 ‘M&A’를 공식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엔씨는 내부 개발과 IP 관리에 집중했고,
‘글로벌 진출’도 대부분 자력 기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한다:

“새로운 장르와 글로벌 매스 마켓 진출을 위해 해외 M&A를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상의 목표가 아니라,
운영 철학과 리스크 분산 전략의 구조적 전환으로 볼 수 있다.


💰 게임 하나, 천억이 드는 시대엔 철학만으론 부족하다

오늘날 AAA급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백억에서 1천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우리는 개발사입니다'라는 철학만으로는
지금의 시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엔씨가 오랜 시간 유지해온 ‘정공법’은
결국 과금 구조 강화로 이어졌고,
이는 유저 피로와 이탈로 연결되었다.

유저들은 ‘장인 정신’을 원하지만,
그걸 뒷받침하기 위해 자신의 주머니가 털리는 걸 원하지는 않는다.


🎮 아이온2, 그리고 마지막 기회?

이제 곧 엔씨는 아이온2를 공개한다.
이 게임은 단순한 기대작이 아니라,
엔씨의 변화된 전략과 실행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시험대다.

‘레거시 IP의 활용’, ‘글로벌 시장 대응’, ‘개발과 운영의 균형’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게 해줄 게임이 될 것이다.

📷 본 블로그에 사용되는 이미지는 운영자가 직접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하여 제작합니다. Images used in this blog are created by the author using AI-based image generation tools.


🔚 산업 전체를 위한 변화이길

나는 엔씨소프트라는 기업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게임 업계는, 그리고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전체는
중국 게임의 압박과 유저 이탈, 플랫폼 의존성 심화라는 삼중고에 놓여 있다.

산업이 밀리는 건,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 세대의 창의력과 생태계가 무너지는 일이다.

엔씨의 변화는 기업 하나의 이슈가 아닌,
우리가 이 산업을 계속 이야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
이다.

지금의 이 방향이,
‘옳은 정답’은 아닐지라도,
필요한 도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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