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무너졌지만, 로마는 끝나지 않았다"
로마는 문명의 이름이자, 제국의 설계도였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전쟁이 있었고, 그 유산은 지금도 우리를 지배한다.
1. 로마란 무엇인가
로마는 단지 고대의 한 도시, 한 제국이 아니었다.
로마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모든 문명이 닮고자 했던 질서였고, 모든 제국이 되찾고 싶어 했던 이상이었다.
그들은 길을 만들었고, 법을 만들었으며, 신을 제도화했다.
라틴어는 수많은 유럽 언어의 뿌리가 되었고, 로마법은 오늘날 세계 법체계의 골격이 되었다.
기독교는 로마 제국 안에서 공의회를 통해 교리를 체계화했고,
도시계획과 도로, 원형극장, 수도교는 ‘문명의 기준’을 만들었다.
로마는 단순히 땅이 넓었던 국가가 아니었다.
그들은 세계를 설계했고, 이후 모든 문명은 그 설계도를 다시 펼쳐 들었다.
2. 왜 모두가 로마를 꿈꾸었는가
중세 유럽의 귀족사회는 라틴어에 가까운 언어를 고귀한 것으로 여겼고,
거기서 먼 언어는 천하게 취급했다.
프랑스어는 궁정어로 승격되었고, 게르만계 방언은 '거친 말투'로 치부되었다.
그만큼 로마는 ‘이상’이었다.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Keiser)', '차르(Tsar)'라는 말부터,
교황과 신성로마제국,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까지—모두가 로마의 후계자임을 주장하려 했다.
나폴레옹, 무솔리니, 심지어 현대의 일부 민족주의 담론까지도 로마의 영광을 다시 불러오려 했다.
힘과 법, 언어와 종교, 문명과 권위를 모두 갖춘 제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로마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저 다른 이름으로 살아남았을 뿐이다.
3. 로마는 어디에 있었는가
우리가 흔히 ‘로마’라 하면, 오늘날 이탈리아 반도나 서유럽을 떠올리지만,
로마는 ‘지중해’라는 바다 전체를 품은 문명이었다.
로마 제국의 중심은 지중해 전체였고, 오늘날의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튀니지와 이집트, 시리아와 레바논, 터키의 동부까지 포함한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의 접경을 하나의 ‘내해(內海)’로 통합했던 거대한 제국이었다.
유럽인이기 이전에, 그들은 지중해인이었다.
이 지중해 제국은 각기 다른 언어, 문화, 인종이 뒤섞인 세계였으며,
그 안에서 로마는 **질서를 만들고, 시민권을 나누고, 신을 제도화한 최초의 ‘문명 시스템’**이었다.
4. 로마는 어떻게 흘러갔는가
로마는 왕정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왕이 추방당하며 공화정이 열렸고,
그 공화정은 내부의 갈등과 전쟁을 통해 무너졌으며,
결국 한 명의 황제가 제국을 대표하는 제정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대 구분이 아니다.
각각의 체제는 특정 전쟁을 거치며 결정되었다.
- 포에니 전쟁은 로마를 ‘지중해의 제국’으로 만들었고,
- 시저와 폼페이우스의 내전은 공화정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 악티움 해전은 황제를 탄생시켰고,
- 게르만족의 침입과 유대 전쟁은 질서의 기반을 흔들었다.
- 그리고 마침내, 침입과 분열이 로마를 갈라놓았다.
로마는 전쟁으로 부흥했고, 전쟁으로 무너졌으며, 그 모든 전쟁은 체제의 변화를 이끌었다.
5.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로마를 볼 것인가
로마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다시 제정으로 전환하며 끊임없이 권력의 구조를 실험한 문명이었다.
그 유연하고 복합적인 정치 변화는, 단일 왕조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의 역사 관점과는 다른 결을 가진다.
따라서 이 시리즈는 단순히 연대순으로 로마의 흥망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흐름의 구조와 철학, 그리고 제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전쟁사와 함께 탐색한다.
6. 앞으로의 여정 – 이 시리즈에서 다룰 것들
이 시리즈는 전쟁을 중심 축으로 삼아 로마의 흥망을 따라간다.
단지 피의 역사로서의 전쟁이 아니라, 그 전쟁이 권력과 문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함께 들여다볼 것이다.
- 우리는 포에니 전쟁에서 시작해,
- 카이사르의 내전과 옥타비아누스의 악티움 해전,
- 게르만족과의 국경 전투,
- 그리고 서로마의 멸망까지를 따라가게 된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제정에서 분열과 몰락으로 이어지는
한 문명의 전환과 실험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7. 왜 로마를 다시 이야기해야 하는가
우리는 로마의 ‘몰락’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왜 그렇게 오래 지속되었는가를 묻지 않는다.
우리는 로마를 잊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로마의 질서 속에서 일하고, 말하고, 신앙한다.
로마는 끝난 적이 없다.
그저 이름을 바꾸고, 형태를 바꾸어 지금도 우리 안에 존재할 뿐이다.
이제, 그 진짜 로마를 다시 바라볼 시간이다.
모두가 꿈꾸었던 제국, 로마.
그 시작과 끝, 그리고 남겨진 유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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