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초콜릿을 먹되, 즐기지 마라.”
2차 세계대전, 미국 육군은 병사의 생존을 위한 ‘절대 맛있지 않은’ 초콜릿을 허쉬에 요청했고,
그 결과는 역사상 가장 맛없는 초콜릿이었다.
🪖 1. 배경 – 왜 ‘맛없는 초콜릿’이 필요했을까?
1937년, 미국 육군은 전쟁 대비를 위한 새로운 비상식량을 개발 중이었다.
이때 **육군 보급장교 폴 로긴 중령(Paul Logan)**은 허쉬사에 특이한 의뢰를 보낸다.
“포켓에 들어갈 크기, 고온에도 녹지 않을 것, 고칼로리일 것.
단, 너무 맛있어선 안 됩니다.”
이 조건의 핵심은 병사들이 한꺼번에 먹어치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즉, 위급 상황에서만 먹는 생존식량이 되어야 했고,
열대 전선에서도 보존성이 유지되어야 했다.
🍫 2. 허쉬의 응답 – ‘먹을 수는 있지만 즐길 수는 없다’
허쉬는 이 요구에 따라 일명 D Ration Bar를 제작했다.
- 무게: 4온스(113g)
- 열량: 600칼로리 이상
- 주성분: 코코아, 설탕, 오트밀, 분유, 인공 비타민
- 포장: 알루미늄 + 종이 이중 포장
- 내열성: 120°F(약 49℃) 이상에서도 녹지 않음
결과는?
- 질감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했고
- 맛은 텁텁하고 느끼하며 씹기조차 어려웠다
병사들 사이에선 농담이 돌았다.
“차라리 총검으로 썰어 먹는다.”
“무기로 써야 한다.”
“적에게 던지면 전쟁 끝나겠다.”
📦 3. 전장 속 D바 – 진짜 생명을 살린 초콜릿
D Ration 바는 북아프리카, 유럽, 태평양 전선 전역에서 지급되었고,
병사 1인당 3개(1일치 식량)에 포함되었다.
💡 실제 활용:
- 소총에 꽂아 불에 구워먹거나
- 커피에 녹여 죽처럼 마시거나
- 총검이나 돌로 잘라 나눠먹기
전투 중 보급이 끊긴 상황에서, 이 초콜릿은 실제 생존을 위한 유일한 식량이 되었다.
맛은 끔찍했지만, 수많은 병사의 생명을 살린 건 사실이었다.

💌 4. 가족들에게 전한 편지 – “진짜 허쉬를 보내줘!”
전장의 병사들은 본국 가족들에게 ‘진짜 허쉬 바’를 보내달라는 편지를 자주 썼다.
📜 실제 편지 중 일부:
“Dear Mom,
Send me Hershey’s. Not this brick. I think they expect us to eat it with a bayonet.”
“엄마에게,
허쉬 초콜릿 좀 보내줘요. 이건 그냥 벽돌이에요.
군인들은 이걸 총검으로 먹으라는 줄 알아요.”
아이러니하게도, 맛없는 D바를 먹은 경험은 오히려 병사들 사이에서
**“허쉬 = 집의 맛, 고향의 브랜드”**라는 인식을 만들었다.
📈 5. 전후의 반전 – 브랜드 인지도 상승
- 전쟁 기간 동안 허쉬는 D바와 Tropical 바를 포함해 약 30억 개의 전시 초콜릿 바를 생산
- 그중 D바는 약 4억 개가 넘게 지급됨
- 전쟁 후 병사들은 민간에서도 허쉬를 찾기 시작했고,
- “군인들이 선택한 초콜릿” 이미지를 갖게 되며,
- 미국 시장 내 초콜릿 브랜드 1위 자리를 공고히 다진다
🧭 6. 전략 식량 이상의 기억
오늘날 D바는 미국 전쟁기념관, 박물관, 미 육군 역사 기록관 등에 전시되고 있으며,
전장 식량의 진화와 전시 산업 브랜드를 상징하는 사례로 평가받는다.
병사에게 D바는
- 생존의 끈이자
- 고통스러운 추억,
그리고 허쉬에게는 - 전장의 상징,
- 브랜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 마무리 문장
초콜릿 한 조각은 군인의 생존을 책임지는 전략 식량이었고,
전쟁이 끝난 뒤엔 미국인의 식탁 위에 ‘기억’으로 다시 올라왔다.
맛없는 초콜릿은 결국 허쉬를 브랜드가 아닌 기억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그 흔적은 전장의 소음보다 더 길게, 고요하게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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