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 역사형]
흑선이 다녀간 뒤, 일본은 이미 과거의 일본이 아니었다.
막부는 개항을 수용했지만, 그 순간부터 ‘막번체제’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 틈을 타, 지방 번들은 무기를 들 준비를 시작한다.
이제 중앙 권력은 도전을 받기 시작했고,
전쟁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
1. 막번체제 – 오래된 질서의 한계
에도 시대를 유지해온 정치 시스템은 **막번체제(幕藩体制)**였다.
- ‘막(幕)’은 도쿠가와 막부
- ‘번(藩)’은 전국 각지의 다이묘들이 다스리는 자치 지역
표면상으론 막부 중심의 피라미드였지만,
실제로는 각 번이 군사력, 세입, 정책 집행을 독립적으로 운용했다.
이 체제는 외부 위협이 없을 때만 작동하는 균형의 허상이었다.
게다가 번마다 처지와 속성이 달랐다.
- 조슈번은 세키가하라 패전으로 막대한 영지를 박탈당한 원한의 번
- 사쓰마번은 규슈 남부에서 독립적 상업권과 무역망을 가진 번
- 이들은 에도 중앙 권력에서 철저히 배제된 **외척번(外様藩)**이었고,
중앙을 신뢰하지 않은 채 자립과 대비를 기반으로 살아온 집단이었다
따라서 막번체제의 평화는 진정한 통합이 아니라 억제의 산물이었다.
2. 가나가와 조약 – 균형의 시작이 아니라 파열의 신호
📍 1854년, 막부는 미국과의 외교 협상에서 굴복하고
**미·일 화친조약(가나가와 조약)**을 체결한다.
- 시모다, 하코다테 항 개방
- 미국 선박에 물자·연료 공급
- 영사 주재 허용
그러나 이 협상은 막부 단독으로 추진되었고,
다수의 유력 번들은 사전 협의조차 받지 못했다.
“막부는 더 이상 전체 일본을 대표할 수 없다.”
– 조슈 번 내부 회의록
그 결과:
- 사쓰마·조슈·도사 등은 자체 무기 수입과 군제 개혁에 착수
- 일부 번은 독자 외교 루트 확보에 나서며 중앙과 거리두기 시작
그 누구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막부 없이도 작동할 수 있는 국가 구조’**가 조용히 준비되고 있었다.
3. 사상이 무장이 되다 – 요시다 쇼인의 실천
이 무렵, 사상의 실천자로 불리는 한 무사가 조슈에서 일어선다.
그의 이름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 미토학파의 존황사상에 감화
- 천황 중심 통치를 현실로 만들고자 함
- 개항을 ‘국가 수치’로 인식하고, 서양 타도를 주장
그는 단지 말로 외친 것이 아니라,
직접 외국 함선을 탈취하려다 체포되고, 끝내 처형당했다.
그러나 그의 정신은 살아남았다.
그의 제자들은 훗날 조슈 번의 무장 개혁을 주도하며
사상을 총칼로 바꾼 혁명가 집단이 된다.
“나는 이미 죽었다. 그러나 이 사상은 총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 요시다 쇼인의 유언 중

4. 사무라이의 분열, 그리고 준비되는 총칼
250년 동안 전장을 잃고 '지식인'으로만 존재하던 사무라이.
그러나 이제 그들 사이에 목적과 충성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 일부는 막부에 남아 신선조로 결집
- 일부는 존황양이의 이름으로 근대 무장을 익힘
- 어떤 이들은 외국 무기, 자본, 상인을 끌어들여 준군사 조직을 꾸리기 시작
📍 사쓰마는 영국, 조슈는 프랑스식 군제
📍 도사는 상업자본과 연계한 민병 조직 확대
“정치는 끝났고, 이제 검이 말할 차례였다.”
🔥 마무리 – 검은 연기의 끝은, 피의 도래였다
가나가와 조약은 문을 연 것이 아니라,
칼을 뽑게 한 신호였다.
- 무너지는 중앙 권력
- 분화되는 무사 집단
- 군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지방 번들
이제 일본은 하나의 국가가 아닌,
수십 개의 무장 조직이 서로 다른 명분으로 움직이는 전쟁 전야의 땅이었다.
⏳ 다음 편 예고
📘ep.3 – 존황양이의 불꽃: 반幕 세력의 태동
‘천황’의 이름 아래, 무사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존황양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무장 봉기의 명분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막부에 맞선 번들과 조직들의 초기 충돌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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