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문화 비평/동아시아사

막부말기 ep.1 흑선이 도착한 날 – 페리 제독과 일본의 긴 잠

arrowmaster 2025. 5.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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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 / 역사형]
1853년, 검은 증기선을 타고 온 한 사내가 일본을 뒤흔든다.
그의 이름은 매튜 페리.
그의 등장은 250년 평화를 지켜온 에도 막부의 시간마저 멈추게 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외교 충돌이 아니었다.
그날, 일본은 내전이라는 이름의 불길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1. 일본은 왜 잠들어 있었나?

에도 시대(1603~1868)의 일본은 평화로웠다.
정확히 말하면, 고립 속에서 유지된 안정을 ‘평화’로 착각한 시대였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수립한 막번체제(幕藩体制)
  • 각 번에 자치권을 주되, 중앙권력은 막부가 장악
  • 외세 유입을 철저히 차단한 쇄국 정책
  • 외국 교류는 나가사키에서 네덜란드·청나라에 한정
  • 기독교 전면 금지, 서양 문물 통제

무사들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았고,
그들의 삶은 ‘충’과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전투가 아닌 체제 수호로 변모했다.
이 체제는 250년 동안 전쟁 없는 안정을 유지했지만,
동시에 일본은 세계사의 시계에서 고립된 섬이 되었다.


🧩 구조적 불균형, 이미 심어져 있던 균열

에도의 평화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막부는 번을 분류하여 철저히 통제했고, 그 안에는 중앙정치에서 철저히 배제된 존재들이 있었다.

  • 조슈번(모리 가문): 세키가하라 전투 패전 후 대규모 영지 몰수
  • 사쓰마번(시마즈 가문): 막부와 거리를 둔 규슈 최남단, 독자적 무역과 문화권 유지
  • 이들은 **외척번(外様藩)**으로 분류되어 정권 운영에서 배제되었으나,
    상업적·군사적 자율성만큼은 지켜내며 살아남았다

이러한 불균형 통치 구조는 평화기에는 억눌렸지만,
흑선이 닻을 내린 순간 중앙 없는 체제 대안을 준비해왔던 번들이 먼저 칼을 빼드는 이유가 된다.


2. 흑선, 일본 해안에 닿다

📍 1853년 7월, 미국 동인도함대 사령관 매튜 페리
4척의 증기 군함을 이끌고 에도만에 진입한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그 배는 일본인들에게 **생전 처음 보는 ‘외부의 충격’**이었다.

“구로후네(黒船) – 검은 배가 왔다.”

 

이것은 단순한 배가 아니었다.

  • 무력시위를 겸한 개항 요구
  •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
  • 일본 봉건 질서에 대한 첫 번째 균열

막부는 협상을 거부하려 했지만,
1년 뒤 페리는 7척의 함대를 다시 이끌고 와 사실상 항복을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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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은 변했다 – 가나가와 조약과 권위 붕괴

📍 1854년, 일본은 결국 **미·일 화친조약(가나가와 조약)**에 서명한다.

  • 두 항구 개방
  • 미국 선박에 식수·석탄 제공
  • 영사 주재 허용

이 조약은 단순한 외교 문서가 아니었다.

일본이 처음으로 외세와 굴욕적 조약을 맺은 순간
막부 권위의 균열이 공식화된 신호탄이었다

 

그 이후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온다.

  • 존황사상이 하급 무사와 민중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
  • 조슈·사쓰마 등 일부 유력 번은 군사력과 외교력 강화
  • 막부의 외교 실패는 정치 실패로 연결되고,
    무사 계급 내부에서도 충성심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4. 깨어나는 사상 – 미토학파의 파문

그 시기, 조용히 불씨처럼 타오른 사상이 있었다.
바로 미토학파(水戸学).

  • 유학과 신토를 결합해 천황 중심 통치를 주장
  • “국체는 천황에게 있고, 막부는 그것을 대행할 뿐이다”
  • 이 사상은 정권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정통성이 천황에게 있음을 강조하며 막부의 권위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이 사상은 곧 다른 누군가에 의해 행동으로 옮겨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5. 작은 물결, 그러나 전장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페리는 떠났다.
그러나 그가 남긴 파장은 조용히 일본 전역으로 번져갔다.
막부는 흔들렸고, 지방 번들은 칼날을 닦기 시작했다.

에도의 거리는 여전히 평온했지만,
수면 아래에선 수백 년간 눌러온 불만과 야망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것은 곧

사무라이들의 검끝으로,
대포 소리로,
일본의 대지를 찢는 내전의 굉음으로
폭발하게 된다.

 

📍 1853년, 검은 배가 문을 두드린 날—
사실상 일본 내전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제 막부는 도전을 받고,
천황은 이름뿐이던 존재에서 정치의 상징이 되어간다.
그리고 사쓰마, 조슈, 신선조…
무수한 이름들이 칼을 들고, 역사의 중심으로 달려든다.


⏳ 다음 편 예고

📘ep.2 – 개국과 번체제의 위기: 에도 질서가 흔들린다

단지 조약 몇 줄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막부의 권력은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한다.
지방 번들이 움직이고, 낡은 질서는 무너진다.
다음 편에선 이 균열이 어떻게 무장 대립으로 이어지는지를 본격적으로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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