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이름에서, 투자회사가 되기까지 – 넥슨 이야기
1. 한국 온라인 게임의 황금기를 이끈 이름, 넥슨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넥슨은 분명히 한국 게임 산업의 선구자였다.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등은
당시 PC방 문화의 붐과 함께 자라난 세대에게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의 추억을 남겼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엔씨소프트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한국 MMORPG의 시대를 열었다.

2. 게임 개발사에서 투자 기업으로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넥슨의 모습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직접 개발보다는 인수와 퍼블리싱 중심,
즉 스튜디오 기반의 M&A 경영 전략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 네오플(던전앤파이터), 데브캣(마비노기), 불리언게임즈(메이플2), 넥슨GT(서든어택) 등
다수의 개발사는 넥슨의 자회사 또는 산하 스튜디오로 편입되었다. - 글로벌 확장을 위한 북미·유럽 스튜디오 투자도 활발해졌지만,
그만큼 넥슨은 점점 더 '개발사'보다는 '퍼블리셔', 더 나아가 **'지주회사'**에 가까워졌다.
3. “사업성”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가능성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수익성과 매출 지표에 따라 게임의 존폐가 결정되기 시작하면서,
넥슨은 때로는 중소 개발사가 공들여 준비한 프로젝트조차 접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 ⛔ 프로젝트 BBQ – 기대를 모았으나 개발 중단
- ⛔ 페리아 연대기 – 파격적인 샌드박스형 MMORPG였지만 출시도 못 하고 철회
- ⛔ 드래곤하운드, 야생의 땅: 듀랑고 등 – 참신한 시도였지만 짧은 생명
이 과정에서 유저들은 실망했고,
“넥슨은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늘어났다.
4. 중소 개발사의 기회를 막는 벽이 되다
한때 혁신의 주역이었던 넥슨은,
이제는 작은 개발사들의 가능성마저 차단할 수 있는 자본의 벽처럼 비치기도 한다.
중소 게임사가 수년간 준비한 프로젝트가
넥슨과의 협업으로 '사업성 없음' 판정을 받는 순간 사라진다는 것은,
창작의 다양성과 도전을 위협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5. 기억해야 할 것, 그리고 질문
넥슨은 여전히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확장력과 자금력을 지닌 유력 기업이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크다.
게임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문화이며 감성이고 시대의 기록이다.
게임 산업의 거인 넥슨은 앞으로 어떤 길을 선택할까?
유저들과 함께 가는 길일까,
아니면 수치와 매출만을 좇는 또 하나의 대기업이 될까?
📌 다음 글 미리보기
▶ 유산을 경영하는 자들 – 넥슨과 엔씨소프트
–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길, 그리고 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