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 역사형]
칼을 쥐고 평행선을 달리던 두 세력이, 마침내 하나의 깃발 아래 모인다.
그러나 이 동맹은 결코 감정의 화해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이해와 전략, 그리고 무장과 명분의 교환.
그 중심에 사카모토 료마가 있었다.
이제 일본은 과거의 적들이 만든 미래로 나아간다.
1. 적이었던 자들 – 사쓰마와 조슈, 감정을 넘어서
사쓰마와 조슈.
표면적으로는 반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이면엔 깊은 상호 불신과 감정적 앙금이 존재했다.
- 조슈는 1864년 금문의 변에서 교토 장악을 시도하다,
사쓰마·아이즈·신선조에 의해 격퇴됨 - 이 사건으로 조슈는 “급진 반역자”,
사쓰마는 **“기회주의적 배신자”**라는 낙인이 각인됨
몇 년 전만 해도, 이 둘이 손을 잡는 건 정치적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2. 현실이 결정을 강요하다 – 아니, 이익이 이해를 설득했다
조슈는 제2차 정벌에서 자력으로 막부군을 격퇴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역 번’**이라는 정치적 굴레를 벗지 못했고,
정당성 확보와 외교 복권 없이는 중앙 정치 복귀가 불가능했다.
- 조정에 영향력을 가진 사쓰마는 조슈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 천황을 내세울 명분은 있었지만, 그 명분을 현실로 전환해줄 외교적 해금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사쓰마 또한 조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막부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것은 리스크가 컸다
- 반면, 조슈는 이미 무장된 병력과 실전 경험을 갖춘 이상적인 선봉군이었다
“우리는 과거의 적이지만,
미래의 권력을 함께 쥘 수 있다.”
– 사쓰마 고위자 회의록 중
이 동맹은 감정의 봉합이 아니라,
**한쪽은 명분을 원했고, 한쪽은 전투력을 원했으며,
양쪽 모두 정권을 원했던 ‘필연적 정치 결합’**이었다.
3. 중재자, 사카모토 료마의 등장
📍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 도사번 출신 하급 무사
- 조슈에겐 사쓰마와 다른 중립적 외부인
- 사쓰마에겐 막부를 대신할 수 있는 개혁 구상 제안자
- 두 세력 모두에게 미래 구상을 제시한 전략가
“너희는 과거의 칼날을 기억하지만,
나는 미래의 전장을 보여주겠다.”
– 사카모토 료마
그는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라,
비전과 연대의 언어로 적대를 연결한 혁명 설계자였다.
4. 동맹, 칼이 아닌 문서로 맺다
📍 1866년, 교토 외곽에서 사쓰마와 조슈는 비공식 동맹 체결
- 상호 군사 지원, 정치 정보 교류, 막부 타도 공동 전략
- 서명자 없음, 조서 형식의 구두 합의 → ‘서약 없는 연대’
이 동맹은 그 자체로 사실상 막부에 대한 전면 선전포고였다.
“우리는 싸우지 않겠다. 우리는 이기겠다.”
– 동맹 직후 사쓰마 실력자의 발언
5. 막부, 권력을 내려놓다 – 그러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1867년 11월,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정권을 천황에게 반환한다.
역사상 이례적인 대정봉환(大政奉還).
그러나 이 결단은 단순한 ‘양보’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구조적으로 몰린 상태에서 패배를 미화한 정치적 후퇴를 선택한 것이다.
- 내정 피로: 재정 파탄, 정책 무능, 민심 이반
- 외교 고립: 열강은 조슈·사쓰마와 직접 접촉, 막부는 외교 창구 기능 상실
- 지방 무장 확대: 중앙보다 강력해진 일부 번들
- 천황 중심 사상의 부활: 조정이 정치의 중심으로 복귀
“칼로 지키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글로 다스리는 시대를 내가 열 수는 없다.”
– 요시노부 회고 중
요시노부는 정권을 넘기며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꾀했지만,
신정부는 그를 질서 재편의 대상이 아닌 제거 대상으로 간주했다.
결국 대정봉환은 내전을 피하기 위한 정치 전략이 아니라,
내전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한 구조적 퇴장이었다.
6. 왕정복고의 대호령 – 정권 해체의 명령
📍 1868년 1월 3일, 신정부는 천황의 이름으로 왕정복고의 대호령 선포
- 도쿠가와 가문의 정치·군사 권한 해체
- 천황 중심의 신정부 구성
- 사쓰마·조슈 중심의 행정 체계 수립
요시노부는 이에 반발하여 에도로 철수하며
군 재편과 저항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 마무리 – 정치가 끝났고, 전쟁이 시작되었다
사쓰마와 조슈는 한때의 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미래를 위해 손을 잡았다.
정치는 문서로 마무리됐지만,
그 문서는 이미 칼의 그림자에 둘러싸여 있었다.
📍 1868년
이제 일본은 하나의 정부, 하나의 군대, 하나의 방향을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전쟁이었다.
⏳ 다음 편 예고
📘ep.7 – 보신전쟁: 전장에 선 두 개의 일본
1868년 1월, 전쟁이 시작된다.
요시노부는 철수했고, 신정부군은 교토에서 진군을 개시한다.
말과 문서로 끝나지 않은 싸움은
이제 총성과 포성으로 이어진다.
다음 편에서는 에도와 함께 시작된 내전의 첫 전투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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